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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밝았다. 새해는 아니다. 새로움은 없다. 이미.
관계는 진심이 아니고, 전략이다.
연말 연초부터 큰 교훈얻고 시작한다.
그래, 그래도 그립다.
교훈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립다.
후케얼즈? 그래 맞다.
Who cares?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방법은 꽤 간단해.
사소한 그 무엇들에게서 훅, 하고 강펀치처럼 무언가를 떠올리니? 그래서 자주 보여지는 클리셰가 연인의 사진 태우는거잖아..
이터널선샤인에서도, 기억을 지우는 첫 단계는 누군가와 관련된 모든것을 없애는거고,
감자인형, 우리에게도 잊혀지지않는 그 감자인형을 어떻게 그들이 잊을수있을까?
물건은 그래, 없앨수있지 그건 어떤 물질로서 존재하는거니까. 그런데 단어들 음악들 향기, 이런 비물질적인건 어쩌지?
누군가가 하던 말투, 자주 말하던 단어, 걸음걸이, 냄새, 피부의 촉감, 습관, 이런거말이야.
그런건 어떻게 지우지? 함께 살아가야해? 평생 그렇게?
그러고보면 참 잔인해
기억이라는거 말이야. 너무 아름다울수있어서 슬픈 수 있지만.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어, 와인마실래? 우리는 그 진지한상황에서 고개를 끄덕이고말았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웃음이 터졌어. 우리도 누군가도. 어이가 없었던걸까 귀여웠던걸까 뭘까
여튼 그렇게 하얀와인을 마시기 시작했고, 우리는 주절거렸지. 끝없이 길고긴 블라블라에 결국 답은 누군가가 내렸어.
우리는 받아들여야만 했고. 뭐 별수있겠나. 와인을 다 비우겠다고말하고 잔을채웠지. 단숨에 마셨고, 코트를 챙겼어.
어디서 그 문장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너희는 내게 맞는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이 들렸고, 뒤통수를 빡하고 맞는거같은 느낌
빡, 한 두세번 때린거같아. 왜그랬을까? 왜 그런걸까. 우리는 그래 이거야 이거라면 기억하지않을수있을거야 라며,
제발 한번 더 말해달라고 애원했지. 누군가는 싫다고 말했고, 장난치지 말라고했어. 우리가 누구야. 그정도에 물러나지않지.
술기운도 있겟다 또 말하고 또말하고 했지. 또말하고... 사람 진빠지게 하는데는 선수잖아 우리. 누군가는 그렇게 두세번정도 말했던거 같아.
우리는 웃었어. 너무 기분이 좋고 희망찬거야. 막 모든걸 기억하지 않을수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사실때문에.
그렇게 설레본적이 얼마만일까. 마치 첫 비행기를 타고 하늘위를 날아갈때 그 부웅 하는, 혹은 바이킹 꼭대기에서 그 찌릿한 그런거,
그럴때랑 비슷할 정도였으니까.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나봐. 당장 나가라고 그랬지.
밤 열두시가 넘었고. 그래 뭐 나가지뭐. 이런마음이 또 바뀐거야.
우리는 정말 청개구리인가봐. 갑자기 또 나가기 싫대. 코트를 알아서 입은건 우리였는데 말이야. 누군가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누군가는 꽤 강경했어. 나가라는 말을 반복하고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어.
우리도 변했고 그 누군가도 변한 순간이었어. 우리는 깨달았지 기억하지않는게 불가능하단걸.
누군가가 무얼 깨달았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변했다는것만 알겠어. 뭐때문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네.
몇번의 실랑이 끝에 나왔고 지하철역으로 정말 신나게 신나게 달렸지.
숨이 찰 정도로 달린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네. 참 시원하더라.
끝없이 중얼대다가 잠들었지.
몇몇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어.
그래 너희를 그리워할거야.
몰라 확실히 모르겠는데 너의 슬픔이 좋아.
너희가 인생의 한 부분이길 바래.
잃고싶지않아.
아,
정말 웃긴게 뭔지 알아?
이 모든게 만두를 오십개째 싸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거야.
우리는 망각할수있는 존재가 아니였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니 적확히 말하면 절대 망각하지않고싶음, 그게 이유였다. 모든 흘러가는것, 지나가는것을 붙잡아두지 못하는게 슬펐다.
그래서 우리가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거짓말을 했던걸까.
지난 삼일은 강렬하고 뜨거웠다. 연말 내내 술을 마셨고, 꽤 강한 술과함께 해를 맞았다.
이렇게 글을 적고 모두 털어버릴것이다. 원샷 투샷 쓰리샷 머리위로 잔을 들고 털어버릴것이다.
친구로 시간을 갖자는 말을 왜 이해하지 못했을까. 머리는 그래 그게 맞아, 뭐가 급해? 신호등이 깜빡깜빡했지만
마음은 경마장 가는길처럼 달려가고있었다. 이래서 우리는 사람이 싫었다.
사람은 그런존재다. 언뜻보면 그 어떤것보다 미개한데, 가까이할수록 지치는 존재다.
우리는 머리로만 알고있었다.
이미 말했듯이 마음은 여전히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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