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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가.
드디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하루가 지났다.
여덟개의 가방, 천장의 파일. 하얀색을 하얀색으로 두지 못하는 남자.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찾아보지만 긁적거림일 뿐이다.
기저귀함에 걸린 천 두장. 세워진 매트리스, 뭐 그런것들로
지난시간을 말할수있을까.
만두를 쌌다.
머리를 깍았다.
예전에 누가 그런적이있었다. 머리를 왜 자른다고해? 남자는 머리 깍는다고 하는거아니야?
샴페인을 마셨다.
예전에 누가 그런적이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길게 걷고싶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럴순 없었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매번 그러자 마음먹고 시도하고 동네한바퀴 바닥만 긁적이다 들어오기 일쑤였다.
예전에 누가 그런적은 있다가도 없었다.
토요일 저녁이다. 그는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김수영과 이상.
이상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는 김수영이었다.
스스로 무엇이라는것을 아는 그 순간 스스로를 부정하려 하는것.
그건 오래된 우리의 습관이었다.
자야된다고 어서 가라고.
그런말들을 들으며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앉아있을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바닥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재생버튼을 누르니 러시아어가 흘러나왔다.
더빙을 들으니, 기분이 생경했다. 우리는 서로가 생경해지기 시작했다.
10일이 남았다.
10분이 지나면 정확히 10일이 남는다.
하나둘떠난다. 모두 하나둘씩 떠난다. 멀리 간다. 어디로가는가.
삶은 순간이 모인것일까 삶도 순간일까 이런 고민이 떠오를땐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일까.
우리는 서로의 콧수염을 바라봤다. 왼쪽 콧구멍 16시 방향 한가닥.
그도 그런 질문을 던지고있을까?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글을 쓰고싶었다. 무언가 말하고싶었던걸까? 그건 아닌것같다.
자꾸 가라고 등을 떠민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어 어어 어어허어어허어허어 도라에몽 오허허 어허허허 어허허허허
다니엘 리이히터와 포올 맥카씨와 유르괜 텔러와 세씰 부라운을 보았다.
결론은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건 멋진일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팬이 된다는것도 참 멋진일일것 같다.
문득 그곳의 그 사람에게 그렇게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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