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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며칠간
굉장히 다른 사람들이 되어야만 했다.
한국요리를 하는 요리사이자 동시에 간단한 인사도 알아듣지못하는 짐승이며
창밖의 부서지는 낙엽소리만 들어도 울컥대는 시인이었다
똥닦는 휴지로 코를 푸는 문외한이었으며 파냄새가 진동하는 아시안이기도 했고
추위에 덜덜 떠는 성냥팔이 소년이자 풋내나는 풋풋함이기도했다.
된장에 환장하는 코리아니쉬이기도했고 락토프리 요거트에 환장하는 아시안이기도했다.
화장실에서 영업하는 미용사이기도 했으며 20kg 종이를 들고 낑낑대며 트램에 오르는 바보이기도 했다.
먼저 들이대고 보자는 철판5장이며
꼼꼼히 가계부를 쓰고 매일아침 밥을 하는 주부기도 했으며
벼룩시장에서 가격을 심하게 깍는 진상이기도 했다.
갤러리 오프닝에서 조용히 왔다 조용히 사라지는 한명이었으며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는 인터넷푸어이기도했다.
누군가에겐 스위티라고 불리기도했으며 또한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로 불리기도 했다.
이리저리 방의 구조를 바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도 했다.
청소부는 당연히 덤이었다.
내일은 무엇이 될지 누가될지 아무런 계획은 없다.
아, 나는 친구이자 여행가가 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번도 그것이 아닌적이 없었다.
그럼 나는 친구이자 여행가라고 할수있을까?
나는 나일까?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어렸을때부터 쓰던 그 별명처럼.
누구란 말인가.
오늘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이며 영상을 찍는데
참 저러기 위해서 태어났나 이런 생각이들었다.
누군가에겐 고작이지만
내게는 큰 산이다.
산을 올라 정복하려는 등반가보다는
산맥을 바라보고 흐름을 느낄 줄 아는 서원이 되고싶다.
그러나
기대하지않는다 노력해야할뿐.
이것은
욕심과 결혼한 지난 며칠로부터 받은 편지의 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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