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내가 4일동안 경험한 일들은 무언가 색다르고 기상천외한 그런것들이 아니였다.
그러나 모든건 낯설었다. 오래된 여행책자 주름을 따라 걷는 그런기분이었다.
비에느날레에서 본 작품들은 독일계열의 작가들이 많았고 작품들의 공기는
마치 불태우라는 주제처럼 짙은 매연같았다. 오리탕을 먹으러 갔고, 나는 한개씩시키자고했는데
그는 한개 두개를 시켰고, 서로 의사소통이 안된다는건 이런거다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익숙한곳에 내려가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곳이 그리워진건 이미 오래된일이었다.
그립다고해서 다 가지고싶고 좋은것만은 아니다. 단지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았으면할때도 있다.
우리가 했던 대화는 그리움으로만 남기고싶은 그리움이다.
극장에서 그랜드센트럴을 보자던 계획은 스타벅스에서 2시간의 바나나로 대체되었고,
생태탕과 온모밀의 지원으로 나는 무사히 다시 버스를 탈수있었다. 햇살은 뜨거웠고 그는 파란색 손수건을 펼쳤다.
이방인을 꼭 읽어봐라는 소리와 함께 출발 오분전 마음을 가다듬고 버스에 앉았다.
놀아달라는 말이나 아니면 그냥 놀자는 말 사이에서 우리는 뭐 별 다른 차이를 느낄수 없었다.
5시간후 나는 버스에서 내려 다이소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고
누군가는 기다리게 만들던 나는 없었다. 참많은 사람이 다이소를 찾아오고 떠나고
그 모두의 손에는 작은 비닐봉지가 하나씩 있었다.
환전할금액을 찾으며 다리로 가다가 누군가 나와 발을 맞추고있는걸 알았다.
그는 이미 내옆에서 걷고있었다. 연애를 하며 살이쪘다는 그의 말에 나는 한동안 답을 하지않았고
미니가 세워져있는 빌라 지하로 조용히 들어갔다. 우리는 회를 먹었다.
우리는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여기서 진지하다는것은 인생 미래 삶 뭐 이런것들이지만
우리는 내앞에 놓인 회의 두께나 매운탕의 건더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해가 떠오르고있다.
우리는 항상 그랬다.
9시에 맞춰가야겠다는 생각부터가 실수였다. 서울역까지 미적거리며 걸었고, 다시 미적거리며 계단을올랐다.
주민등록증을 맡기며 여긴 너같은 사람은 함부로 들어올수없어라는 암묵적 표지판들을 곳곳에서 볼수있었다.
그리고 17번을 받았다. 번호로 내가 존재하는 순간들은 언제나 약자의 입장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순순히
17번이 되기로 하였고, 군대화 학교, 병원 뭐 그런 순간들이 떠올랐다. 두시간을 기다렸고
준비가 완벽했던 나라는 사람은 10분도 안되서 모든게 끝났다. 걱정했던 지문은 아무 문제 없이 인식되었다.
때론 걱정하던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당연하다 생각되던것이 문제가된다.
그럴땐 나의 무지와 존재의 허무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용기도 얻는다. 필연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30만원을 환전하고 200만원을 이체시키고
광화문에서 40권의 화집을 본다. 읽지는 않는다. 느끼기위해선 바라봐야한다.
읽으려 해독하려 노력하는순간 그것은 나와 멀어진다. 특히나 그것은 실물이 아닌 이미지니까.
여러명을 발견한다. SKIRA 출판사는 언제나 옳다. 나는 이럴때 장인정신이 부럽고,
그것을 매우매우 존중하는 사회가 매우매우 부럽다.
걷다가 5년전 성적표를 주웠다. 괜히 부끄럽다는 핑계로 허겁지겁 봉투에 밀어넣었고
당당하게 마주할수있는 사람이 될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했다. 그땐 그랬으니까.
도서관에갔다. 호크니와 회화의 본질이있었다.
둘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비슷했지만, 말하는 방식은 매우 달랐다. 위대한 예술가와 좋은 교육자의 차이라는 생각이들었다.
나는 항상 띄어쓰기를 신경썼지만 그것에 집중하고 싶지는 않기에 의도적으로 외면하곤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어디냐는 질문에 여기라고그랬고 함께 장을보러갔다.
김치찌개랑 가지구이는 맛있다. 토마토는 잘 모르겠다고했다. 그들은 모두 입이 짧다는 공통점이있었다.
으 고니는 이상해서 못먹겠어 으으으
나는 고니가 좋다.
연애의 발견을 보며 오글토글 으악으악 오오를 외치다 아침이 되었다.
미디어 비에느날레를 보러가겠다는
다짐은 이미 무너졌다. 어제 박찬경을 우연히 보았고, 만난건 아니다. 나는 관찰자의 입장이었고
그가 자판기커피를 마시고 어떻게 쓰레기통에 버리는지 그리고 어떤걸음으로 걸어가는지 유심히 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자켓 자락이 바람을 타는 모습은 무당의 그것과 비슷했다.
다시 또 해가 떴다. 그는 진미채를 가지러 나갔다. 벌떡 일어나 벌떡 준비를 하고 벌떡 나갔다.
나는 오랜만에 딩굴거렸고 오랜만에 에어콘바람이 팔꿈치에 닿았다.
어쨌든 미친듯이 움직였고 걸었고 찾아다녔다.
무거운가방을 들쳐매고 나는 걸었고, 도시마다 다른사람이 곁에 있었다.
무엇을 찾기위한 며칠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무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 시간의 기록으로부터 _ 김창완밴드 (0) | 2014.10.30 |
---|---|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며 보낸 하루_ 3호선 버터플라이 (2) | 2014.10.15 |
네자리 숫자가 주는 절망감_ jockum nordstrom (0) | 2014.08.29 |
할말이 많아요 들어주세요 _pearl (2) | 2014.08.21 |
오늘의 날씨를 아무도 모른다 _Lusta bitek (0) | 201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