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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더이상은 없다 _bill callahan





ㅡ 감동받기 위한 몸부림은 지겹다.

어제는 하늘이 낮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지겹다는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 단어,를 단어를 내뱉고 싶지 않다.

나는 2일이 지난 후 알았다. 청소 중 정리중이었고, 작업중이라는 말로 모든걸 포장했다지.

어쨌는 48시간이 지나고 한창 물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무렵, 나는 알게 되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고등학교 1학년 일본으로 떠난 수학여행이었다.

우리학교는 참 징했다. 사설모의고사를 친 후  수학여행을 떠나자 계획을 세웠고 

모의고사를 치는 교실 뒤에는 애들의 캐리어가 가득히 쌓여있었다.


부산에서 구마모토로 향하는 배를 타기위해 우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항으로 갔다.

버스에서 우리는 신나게 모의고사 시험지를 매겼다. 

누가 많이 틀렸다 누가 많이 맞았다 일등급 이등급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배를 타러 가고있는걸?

저녁 일곱시 우리는 배에 탔고, 타자마자 갑판으로 나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파란 츄리닝을 위아래로 입고있었고 시월인지 십일월인지 갈생 방울 빵모자는 덤이었다.


내 카메라에는 그 사진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곳의 향기가 기억나는듯 하지만 어제 다시 본 사진에는 행복이 없었다.

거기에는 '살아남았다'라는 그리고 이기적인 '다행'이 있었다.

나는 사람이구나. 성악설인가 성선설인가는 상관없다. 

살아남고자하는 의지위에서 나도모르게 생각하고 있구나.


다음날 아침 일본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밤새 술을 마셨고, 소주에 취해 헛소리를 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구석에 박혀 홀짝홀짝 밤바다를 바라봤다. 

가끔 울렁거리는 배는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핑곗거리였고, 1반애들이 TV를 부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모두가 숙취에 허덕이며 배에서 내렸다. 우리는 일본을 여행했다.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은 조용했다.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았고 잠을 잤다.

누군가 모의고사 시험지를 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하다.이건.


지금생각해보면 배에서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즐거웠고 자유로웠다.

앞으로는 더욱 기억에 남겠지. 

그 단어. 그단어는 내게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절대 잊지 못하게 하겠지.


나만 이런걸까.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웃었고, 모두가 뉴스를 봤을텐데 나만 이렇게 뭔가를 느끼고있는걸까.

배를 탄다는것 그건 항상 설레임이었는데

이제 그건 '죄책감'을 느껴야하고 '애도'해야하는 순간이 되었다.



나만이런건 아니길 바란다.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 꺼낼 수 없겠지.

나만 이런건 아니라 스스로에게 말한다.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 꺼낼수없기에 누구도 내게 이야기 하지 않는 거라 스스로 믿는다.


하늘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땐 바다로 가라는 말이 있대,

이제야 그 말이 무슨말인지 알겠다.

슬프지만 무언가 느끼게 해주는 오후 아홉시 오십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