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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나는 집착하는사람입니다. _mason jennings



- 본질적으로 나는 집착하는 사람이다. 그 집착의 정도는 어마어마하다.

나와 나이가 같은 전자레인지가있다. 이제 그건 거의 중고로도 팔수없는 고물이 되버렸다. 고물로서 값을 할지는 모르겠다. 문에는 나팔꽃스티커와 포켓몬스터 스티커가붙어있다. 내가 애지중지하며 몇번이고 다시 떼고 구도를 맞추기위해 노력했던 기억이난다. 그건 5살때의 일이다. 저 전자레인지가 나를 5살때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항상 전자레인지는 내옆에있었다. 진정한 친구일까. 동료? 뱃속에는 전자레인지가 힘들게 열을내며 데웠던 음식들이 들어있었다. 비록 소화가 되고 흘러간것도있지만 그것은 나의 뼈가되고 살이되고 지금 타자를치고있는 내 손 끝이 되었을수도 있다. 결국. 전자레인지는 나와 함께했고 심지어 나를 만들어낸것이다.






- 전자레인지 생각을 하니 울컥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나이들었다는 사실에 슬프다는게 그 첫번째 인상이다. 순수의시대를 보려다 도저히 집중이안되서 (미셸파이퍼와 위노나라이더의 풋풋함을 견딜수없다. 다니엘루이스는 옛날이 더 나았다) 전자레인지를 바라본다. 나는 지금 그속에 들어가고싶다. 마치 엄마의 뱃속일거같다. 따뜻하겠지? 아니 찜질방같을까? 열이날까? 땀이나겠지? 양머리를 해야하나? 양머리를 잘 못하는데어쩌지? 그냥 목이 너무 타지않게 녹차한통만 들고 들어가야지. 빨대로 쪽쪽 녹차를 쪽쪽빨며 엄마품을 즐겨야지. 이런 변태적인 생각을한다. 나는 왜 이렇지? 왜 전자레인지 하나를 두고 이렇게 말도안되는상상을하지? 타고난건가? 후천적인건가? 어린시절부터 계속된엄청난 지식교육의 산물인가? 실제로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다 나는. 웰 에듀케이티드이다. 그건 어쩌면 내의도였다. 어떻게하면 교육을 잘받을수있고 무엇을 취해야하는지 알았다. 언제 도서관은 가야하며 언제 미술관은 가야하고 시험공부는 어떻게해야하며 선생님들과 세상과 책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그들이 가르침을 주는지 잘 알고있었다. 본능적으로.


- 하루종일 음악선곡을 했다. 이것도 나의 집착이다. 그냥 나는 어디 뭐 컴필레이션 음반을 낼것도 아니고, 음악하는사람도아니고 소리를 기반으로 작업하지도않는다. 그저 음악을 모으는것이다. 음악에서 전달되는 느낌 음악적 취향 어떤 음악가, 그들이 자아내는 분위기. 또 그것이 그림에 끼치는 영향. 그런것들을 그냥 나도 모르게 훈련하고있다. 지금 훈련중이다. 여기는 훈련소다. 누구보다 지독하게 훈련하고있다. 내귀는 성할날이없다. 이제는 30초만 들으면 안다. 이게 내것인지 아닌지. 어떤사람이 좋아할지. 누가 싫어할지. 무슨 자신감인지몰라도 사실이다. 그런사람이다나는. 컴퓨터를 키고 새로 나론 신보들을 훑어본다 대충 20개 30개가 해외앨범에서 나오는데 우선 앨범커버에서 20퍼센트 판단하게된다. 가수의 이름도 중요하다. 호기심이나 합격점을 받으면 들어가 전곡을 재생목록에 추가한다. 그렇게 하면 하루에 200곡정도 추가된다. 그리고 200곡을 듣는다. 버릴건 버리고 1차로 간추리면 50곡에서 70곡정도 남는다. 이제는 분류작업이다. 장르별이라기보단 월별 재생목록에 들어갈지 아니면 월별을 초월한 리스트에 오를지 결정된다. 여기선 사실 그날의 감정이 대부분을 좌우한다. 다시들어봤는데 좋은음악이 너무 많았던것이다. 걸러진 음악들은 10곡정도 나머지는 월별 음악에 들어가고 다시한번들으며 아닌것같은 음악은 또 사라진다. 이렇게 매일을 보낸다. 월말이되면 이제 음악을 사야할 시기다. 여기선 시간보다 돈이 관련되다보니 더 집중하게된다. 흐름도 중요하고 계절도 중요하다. 가수는 최대한 골고루 선곡하려한다. 나중에 어떤 가수의 음악이 좋으면 그가수에 대해 찾아보며 다른음악을 들을수있다. 한가수만 듣는건 스펙트럼을 넓히는데는 별로 좋지않다. 그래도 매달 사게되는 음악들은 있다. 몇몇 보석같은 음악들. 그냥 듣고있으면 힘이 쭈욱빠지고 미치게하는 음악들. 그런음악들 때문에 이러고있는지도 모르겠다.


-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영화를 봐야겠다. 크리스틴의 눈빛은 무슨 사람을 ... 뭐라표현할지모르겠다. 그냥 미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