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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오년전에 찍은사진 _Boiler Room Detroit: Live from People's Records with Brad Hales




ㅡ 최근 오년전 육년전을 많이 생각해보고있는데,


마침

팔년전 칠년전 사진을 찾았다.


내가 생각해보고있던 오년전 육년전보다 이전의 사진을 바라보니

가진 생각은 옅어지고 다시 지금을 생각하게된다.

깨달은것은 무엇일까?


아니다.

관찰을 하면서 글을쓰자.

어제는 해야할것을 모두 제쳐놓고 나 이런감정에 빠졌으니 

아몰라 세상아 책임져라는 핑계를 방패삼아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을 10편이나 달렸다.

노란 꽃무늬 이불에 자주색 극세사 솜이불을 덮고 고개를 45도 젖히고 시선을 45도 내려 90도로 세워진 화면을 쳐다본다.

공감하고 웃기도 하고 점점 표정은 사라진다.

중간중간 화장실을 다녀오기도하고 

소나기를 뱉을것같은 하늘의 꾸물렁거림에 급하게 옥상에 널려있는 빨래를 가지러가기도했다.

자리를 비우며 흘러간 영상은 다시되돌리지 않았고 미련도없었다.

밤 열시가 됐을까? 에피소드 10의 엔딩곡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종아리 아래 식은땀과 함께 일어난 시간은 4시였다.

어둠속에서 눈을 껌뻑거렸고 적응시가 되기전까진 내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알수없었다.

어느새 천장의 조명이 윤곽을 보이고 어렴풋이 달빛이 보이기시작했다.

엔딩화면은 이불속에 엎어져 화면 가로 보이는 윤곽만 얇게 빛나고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틈으로 빛나는 희망처럼.

천장의 조명을 향해 다시 몇번 껌뻑거리고 아몰라라는 핑계의 방패는 이미 사라진걸 깨닫고 약간의 죄책감에 꿈틀댔다.


다시일어났을때는 5시였다.

해는 떠있고 천장의 조명은 윤곽이 아닌 실체로 존재했고 나는 껌뻑거리지 않았다.

희망처럼 보이던 엎어진 화면의 윤곽은 더이상 빛나지 않았다.

아 저건 그냥 휴대폰이었구나 희망도 뭐고 아니고 문도아니고 그냥 바보처럼 엎어진 화면.

정수기 점검 9시라는 문자가 있었다.

아침부터 집정리좀 해야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걷어찬건 8시였다.

눈앞의 벽지를 관찰하려다 이게뭐하는 짓이야 라며 칫솔에 치약을 묻힌다.

커텐을 걷고 이불을 개고 창을 열고 날씨를 보고 빨래를 걷고

널부러진 신문을 치우고 정수기 주변을 정리한다.

세수를 하고 까치집을 리모델링하고 김치찌개를 끓여 밥안개가 느껴지는 가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리모델링이 실패하여 후드나 뒤집어 쓰고있자며 후드를 쓰고

정적은 싫으니까 텔레지전 뉴스를 틀어놓고 (적당한 음향으로)

정수기 주변 정리를 한번더 점검한다.

시원한 김치찌개 향과 함께 아침 바람이 살금살금 들어고오 불편하지 않을만큼의 정리정돈.

아 완벽하다.

그많던 입안의 거품은 먹은것같지도않은데 다 어디로갔을까라는 의문은

완벽한 일상적인 아침에 유일한 흠이었다.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린건 정확시 9시였다.

여기 벨이 고장난건 늘 헷갈린다니까요 라는게 그녀의 첫마디였다.

정수기 저쪽에 있어요라는게 나의 첫 마디였다.

채널돌리는 시늉을 하다 방으로 들어온다.

마치 나지금 할게 매우매우 많아요라는듯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따박따박따박

자판위를 산책하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않다.


다시 신발을 신은 시간은 9시 21분이었다.

문을 잠그고 자판위를 산책하던 사람은 그 산책을 끝내기위해 목적지까지 빠른걸음으로 걷는다.

오년전에 찍은 사진을 보며 오년전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을 생각하는것처럼

오년후에 이 일상적인 글을 읽으면 글을 읽고있는 '지금'을 생각할까?


매일의 아침이 나를 가장 잘 말해준다.

최근에 하던 생각은 아무 부질없다. 세상을 탓하는 핑계도 없다.

해야할거나 해야겠다. 산책의 마지막은 항상 '해야할것'으로 끝난다.


산책이 좋은 이유는 

내가 결국 '해야할것'을 향해 가고있다는 걸 모르고 걷는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자다가 벌떡일어나면 안좋다던데 라는 생각에 다시 누워 스트레칭을 한건 7시58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