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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싹이 돋아나고있다. 싹이, 싹수가. _Jake And Dinos Chapman



감자를 사야할까 당근을 사야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편지 두장을 받았다.

종이한장을 받으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현관문을 열어준다.

낮 열한시 사십분 해는 밝았고, 통화하고있는 그의 귓볼을 툭 하며 건든 그녀는 눈웃음을 남겼다.


그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가물가물할만큼 시간이 지났다.

그는 어떤사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고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움직이게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몇가지 알게된점은, 평면적인 패턴공간-초초현실주의와 만화사이-익숙한것의조합

뭐 이런것들에 환장한다는것들이다. 동시에 그는 전혀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그는 무언가가 보고싶은게 아니라, 그가 없는 그 무언가가 걱정되는것이다.

이건 굉장히 거만하면서 바보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그는 그랬다.


그는 자신이 세상이라는 영화의 촬영기사쯤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이나 주인공이라고는 생각하지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의 감독은 세상이고, 세상의 주인공은 세상이니까.

그가 하고자하는 역할을 그것을 포착하는 담아내는 촬영기사이다.

작가도아니다. 만약 그가 작가가 되길 바란다면 그건 세상을 조종하려 하는것이다.

그순간 그는 세상을 알거나 모르는 사람, 둘중 하나가 되버리고 세상을 세상으로 바라볼수없게 된다.

촬영기사가 하는건 사실 별거 없다. 그냥 뭐 좀 제대로 볼줄알면된다.

제대로 보는건 쉬울수도있는데 매번 제대로 보는게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한 아홉시간 무엇을 바라보면 한시간정도 공기를 바라볼수있을까? 한시간도 사실 넉넉히 말했다.

감독은 감독하고 주인공은 연기한다.

촬영기사는 그들이 시키는, 하려는 이야기를 듣고, 담고, 소화시켜 뱉어내는 사람이다.

그는 뭐 일종의 소장이나 대장같은 사람이었다.

노란똥이되든 초록똥이되든 무지개똥이되든 그의 마음이지 그건.


그는 오늘도 걱정한다. 그가 없는 그들을 그곳을 시간을 공기를 추억을.

포착해줄 그가없는 그 모든것들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동시에 얼마나 슬픈가.

5년이 지나고 사명감이라는 스무가닥 털이 자랐다.



아, 이제 다시 도망갈 준비를 해야겠다.

이게 바로 결국 그가 감자도 당근도 거기다 쌀도 이킬로 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