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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여자 _stephane grappelli trio

 

ㅡ 집주인 두 가구를 위하여 사람들은 충분한 돈을 지불한다. 저기 누워있는 환자는 가족들의 명령대로 여기 머물러 있어야한다. 반항해봐야 상황이 더 나빠져서 슈타인호프나 구깅같은 곳으로 가게 될테니까!

 

ㅡ 기다리던 점심식사 벨소리가 울리면 이난쟁이들은 아무렇게나 무리를 지으면서 백설공주가 아름다운 자태로 그들 하나하나를 기다리고있는 장소로 밀치면서 걸어나온다. 백설공주는 누구든 사랑해주고 누구든 가슴에 껴안는다. 피부는 눈처럼 희고, 머리는 흑단처럼 검은 이 오랫동안 잊혀진 여성스러움이여. 그러나 식당에는 백설공주는 없고 거대한 대형 식탁만 있을뿐인데 이 식탁은 식탁매너가 어때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산에 강하고 물로 씼을수있고 긁어도 자국안나는 두꺼운 비닐로 씌워져있다. 식기도 바보같은 인간들이 깨지않도록 플라스틱으로 돼있고 나이프나 포크는 없고 숟가락만 얌전히 있을뿐이다. 이런 경우는 없겠지만 만일 고기가 나온다면 미리 잘라 놓았을게다. 이들은 자기 자신의 육체를 서로 문질러 비비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라 밀어제치고 부딪치고 고집는다. 아버지는 자신이 왜 여기에 와있는지 모른다. 그의 집이 여기였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ㅡ 클레머는 한국학생 세명이 수업을 받을때부터 안락의자에 앉아 선생에게 밀리미터 단위로 조심스럽게 접근해간다. 그녀에게 들켜서는 안될일이지만 그러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그는 그녀안에 들어가있을것이다. 조금전짜기만 해도 거리를 두고 그녀 뒤에 잇엇지만 말이다. 한국학생들은 독일어라고는 가장 필수적인것만 알기 때문에 영어로 평가와 지적과 비판을 받는다. 클레머는 마음이라는 국제적 언어로 에리카에게 호소하고있다. 한국학생들은 그들에 대한 평판과 다르지 ㅇ낳은 무감각한 방식으로 평균을 여선생과 절대적인 것을 원하는 제자사이를 흐르는 묘한 감정에 정감없는 반주를 해준다.

 

ㅡ 에리카는 슈베르트의 정신에 위배되는 죄악을 언급한다. 한국 학생들은 몸소 느겨야하며 그저 알프레트 브렌델이 연주한 음반을 듣고 생각없이 그를 모방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런방식으로 가다가는 브렌델이 항상 연주를 훨신더 잘할테니까 말이다. 클레머는 누가 청하거나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음악작품에서 음악가의 혼을 쫓아내기란 힘들다는 얘기를 꺼낸다. "그럼에도 그런일을 해나고 마는 사람들이 있단 말입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집에나 있을일이지. 무슨 음악을 하겠다고 !" 방구석에 쳐박혀 있는 한국 유학생은 결코 음악가의 혼을 찾아낼수는 없을것이라며 모범생 클레머는 비웃는다. 그는 서서히 흥분을 가라 앉히며 그의 마음과 속 들어맞는 니체의 말을 빌려 자기는 전기낭만파 음악을 하기에는 충분히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ㅡ 우연한 신체 접촉이 정신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에리카를 위협한다. 접촉은 아마 머리카락 위쪽에서 이루어질수도있고 아니면 카디건을 느슨하게 걸친 어깨 쪽일지도모른다. 에리카는 안락의자를 약간 앞으로 당기고 오늘은 순전히 피아노로만 연주하게 되는 가곡의 황제 슈베르트에게서 마지막 남은 내용을 꺼낸다. 한국 학생은 모국에 있을때 산 악보를 뚫어지게 들여다 본다. 수많은 검은 음표들은 그에게 완전히 낯선 문화권을 의미하며 그 음표들로 그는 고향에서 자신을 과시할것이다.

 

ㅡ 기회가 닿으면 언제라도 우리집에 와주겠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 사이가 특히 좋은데 자신이있다면 당신의 무시무시하고 당콤한 사슬로 날 애타게 만들수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가능한 오래 당신에게 묶여있고싶어. 그렇게 결박되기를 벌서 오래전부터 바라며 애태워왔어. 클레머는 별로 말이 없다. 아마 그럴수도 있겠지 잠시후에 그는 실은 그런일을 굼고 꾸지않은게 진심이라고 얘기한다. 에리카는 그가 이제 그녀에게 진심어린 키스를 하기를 그리고 때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녀는 사랑의 행위를 수단으로 해 가능성 없어 보이는 많은 것을 제대로 돌아가게 할수있다고 말한다. 내게 사랑한다고 얘기해주고 편지는 잊어버려 그녀는 들리지 ㅇ낳게 부탁한다. 에리카는 그녀의 구원자가 이미 거기에 존재하기를 희망하고 더 나아가 비밀과 침묵을 희망한다. 에리카는 매맞는 것에 대해 금찍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녀는 제안한다. 우리는 서로 계속 편지를 교환할수있을거야. 우리한테는 우표값도 들지 않는 일이 잖아. 다음번에는 자신이 편지를 더 요령있게 잘 슬수있을거라고 뽐내보기도 한다. 이제 막 시작된 일이 잖아 편지를 도 한통 써도 괜찮겠지? 아마 이번에는 더 잘될거야. 여자는 그가 격렬하게 입맞추고 자기를 때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때리지 않는다면 괴로운 심정으로 조용히 입을 맞출수있을것이다. 클레머는 그건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선선히 고맙다고 말하고는 다시 괜찮다고 한다. 그는 거의 음조없이 말한다.

 

ㅡ 창문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그창문들은 에리카에겐 열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열리는 문은 아니라는거다. 누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데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돕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실제로 행하진 않느다. 여자는 목을 옆으로 틀고 병든 말처럼 이를 드러낸다. 누구도 그녀 어깨에 손을 얹어주지않고, 누구도 그녀의 짐을 덜어주지 않는다. 그녀는 힘없이 자기 어개를 내려다 본다. 칼이 이제 그녀의 심장을 찌르고 후벼내야한단말인가! 그러나 그럴 힘이 남아있질 않다. 아무것도 향하지않은 채 시선을 떨구더니 에리카 코후트는 치솟는 분노도 울화도 열정도 없이 자기 어깨에 칼은 꽂는닫. 그러자 금방 피가 솟아난다. 상처는 그리 깊지 않다. 다만 더러움 때문에 곪게 될까봐 걱정일 뿐이다. 세상은 그대로다. 상처도 입지 않았고 숙연해 지지도 않는다. 섦은이들은 벌서 오래전에 건물안으로 사라지고없다. 건물은 서로 분리돼있다. 칼은 다시 가방속으로 들어간다. 벌어진 상처에선 부드러운 피부조직이 대책없이 갈라져있다. 칼은 에리카를 둟고 들어가고 에리카는 거기서 걸어나온다. 그녀는 차를 타지 않는다. 상처 위에 한쪽 손을 얹고 그냥 걷는다. 누구도 그녀를 따라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맞은편에서 걸어오지만 모두들 배가 지나갈때 갈라지는 물살처럼 무심히 양쪽으로 에리카를 돌아 지나가버린다. 시시각각 기다리는 끔찍한 통증은 찾아오지 않는다. 한 자동차 유리창에 반사된 햇빛이 눈을 찌른다. 지퍼가 다 채워지지않고 조금 열려있는 에리카의 등이 따듯해진다. 점점 강렬해지는 햇볕때문에 등의 피부가 살짝 익는다. 에리카는 걷고 또 걷는다. 그녀의 등은 햇볕에 데워져 다듯하다. 상처에서 피가 스며나온다. 사람들은 어깨를 보고는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 몇사람은 지나쳐간 뒤에 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다 그러는건 아니다. 에리카는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있다. 그녀는 집으로 향한다. 그녀의 걸음은 차츰 빨라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