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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당돌한 결심을 사람들이 쉽게 용서해주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오늘날 사람들에게서 찬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정면공격을 시도하는 나로서는 모두에게서 쏟아지는 비난 외에 다른기대를 품을 수 없다. 영광스럽게도 나는 몇몇 현자에게서 찬동을 받았지만 대중의 찬동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 결심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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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낮다고 느낀다면 내가 높아지고있는것일까.
오늘 하지 않는 일은 내일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 하루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될 걸세. 가능성이 엿보이면 과감하게 덥석 정수리를 움켜쥐게. 그러면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계속 밀고 나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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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좌절된 야심, 불행한 발명가들, 이루지 못하고 만 영화, 상처 난 마음, 그리고 파란만장하고 폐쇄된 넋이 주로 찾아드는 산책로가 있다. 이들 내부에는 아직도 격동의 마지막 탄식이 노호하며, 그들은 방탕한 자들과 한가로운 자들의 오만불손한 시선에서 멀리 물러나 있다. 이 후미진 은신처는 인생의 불구자들의 집합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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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정처 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사람은 어떤 도취감에 휩싸인다. 한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걷는 것 자체가 점점 더 큰 추력을 얻게 된다. 그에 반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상점, 자그마한 바나 웃음을 던지는 여자들의 유혹의 힘은 점점 더 작아지며, 다음 골목, 저 멀리 으슥하게 우거진 나뭇잎들, 어떤 거리의 이름 등의 자력에는 점점 더 저항하기 힘들게 된다. 곧 배가 고파온다. 그러나 허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수백 가지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금욕적인 동물처럼 그는 미지의 구역을 배회하다가 결국 지칠 대로 지쳐 자기 방으로, 그의 방이지만 왠지 서먹서먹하고 그를 차갑게 맞이하는 방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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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을 위해’라기보다는 ‘무엇 때문에’에 가까울 것이다. 글을 써야 할 많은 이유가 있고 선별해서 써야 할 내용이 많았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결심한 것은 아마 내가 ‘지나치게 신념이 강해서’일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제외하고 그 어떤 일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내게 있어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낭비한 것이고 배신했거나 마치 범죄적인 행동을 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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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과 함께하는 아침참이 하루 중 가장 좋았다. 두 잔 혹은 세 잔째 커피를 마시는 그때에 대화가 가장 잘 이루어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이야기했다. 물론 죽음도 있었고, 생존도 있었다. 생존에 있어서는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이야기했다. 순식간에 죽임을 당하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아는 것, 두 가지의 상대적 장단점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제 조지는 죽음에 대한 짐의 관점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질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공론으로만 들릴 뿐이다. 망자가 살아 있는 사람을 다시 찾는다. 짐이 조지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돌아온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좋기만 할까? 애당초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일까? 기껏해야 다른 나라를 잠깐 방문하여 자기 경험의 한계에서 잠시 그곳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와 다름없으리라. 좁은 주방의 작은 식탁에 외로이 앉아서 초라하게 느릿느릿 수란을 먹는 이 인물, 삶의 수인을 멀리서 유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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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과 형식, 그리고 표현을 위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미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처럼 냉담하고도 꾀까다로운 관계를, 말하자면 그 어떤 인간적 빈곤화와 황폐화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건강하고도 힘찬 감정은 몰취미하다는 사실입니다. 예술가가 인간이 되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는 끝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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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대하고도 마성적인 미의 오솔길 위에서 모험을 일삼으면서 <인간>을 경멸하는 오만하고 냉철한 자들에게 경탄을 불금합니다. 그러나 난 그들을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한 문사를 진정한 시인으로 만들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일상적인 것에 대한 나의 이러한 시민적 사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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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 어머니가 있으니 남자와 결혼할 필요가 없다. 두 사람에게 새로운 가족이 하나 생기면 그는 당장 내쳐지고 소외당할 것이다. 그 인물이 예상대로 쓸모없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판명되는 날이면 즉시 그와의 관계는 끝이 난다. 어머니는 가족 구성원이 되려는 사람들을 망치로 두드려보고 하나씩 하나씩 추려낸다. 솎아내고 거절하고 시험해보고 버린다. 이런 방법을 쓰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기생족들은 생길 수가 없게 된다. “우리끼리만 사는 거야, 에리카야. 우리는 그 누구도 필요 없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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