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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안정이라는 것은 _ 성시경


ㅡ 드디어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안정감이란 이런 것이다.
ㅡ 오랜만에 긴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희고 큰 테이블. 이곳에 우리의 가구는 없다. 해가 지고 있다. 오후 일곱 시. 이제 매일같이 해의 길이가 짧아질 것이다. 전구를 주문했다. 네 개를 더 키는 이곳의 페인팅들은 얼마나 밝아 질까? 장수를 위해서는 소식과 운동 그리고 사회적인 활동? 가만히 보면 과한 과로가 없다는 것. 과하지 않는 것. 항노화 프로젝트...? 소식이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이제 조금씩 먹어야지. 저녁을 특히나. 적게 먹어야 한다. 마침을 든든히 먹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생각과 고민을 하는 것이다.
ㅡ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56. 엄마와 아빠는 56. 초등학교 때 36이라는 나이로 기억하고 있던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왜 그때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천을 짜야할까. 직조해내야 할까? 빛나는 눈들. 반짝거림 반짝거리는 것들.
ㅡ 세상은 마치 저 애니 앨버스의 천처럼. 하나하나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닐까. 얽히고 섥혀서 하나 하나 형을 만들고 그것이 시간이 되고 공간이 되고 인간이 되고 감정이 되고, 바람도 되고, 그러는 거 아닐까? 저 천들을 보고 있자니 그 규칙의 아름다움이 마치 바다 같다. 바다에 갈 필요가 있을까? 사실 있다. 그래도 바다는 봐야 한다. 우리는 해녀가 되어야 한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함께 산책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깊은 바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색의 바다를 함께 헤엄쳐야 한다. 오늘 저녁의 그림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ㅡ 성시경의 음악을 즐겨 듣게 되리란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아이유는 그렇다 하지만 성시경은? 그의 어떤 성향과 모습이 늘 거리를 두게 만들었는데 이제 우리도 나이를 들게 된 것인가? 그러나 마음을 열자.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자, 동시에 날카롭자. 두리 뭉실, 뭉실뭉실하게만 한다면 그저 무딘 칼날 밖에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악에 받혀진 날카로움이 아니다. 이 칼날은 사무라이의 칼날이 아니다. 새벽 여섯 시 이슬이 맺힌 파릇한 풀잎의 날카로움이어야 한다. 뜨거운 파도의 날카로움이어야 한다. 어린아이의 살짝 긴 손톱자국 같은 날카로움. 그런 따스함이 있는 날카로움들이어야 한다.
ㅡ 오랜만의 블로그 긴 글이라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게 엉망인 것 같지만 그래도 뭐. 이런 게 인생이다. 2021년 10월의 나무는 이렇게 가고 있다.

영상, 성시경 눈이.. 목소리는 너무 좋다. 인생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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