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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오래된 글 _Before Sunset




밝은 노랑과 짧은 검정의 이야기.

일 끝나고 힘든데 그러지마

그 말이 무언가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그전에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 그곳을 방문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혹은 무엇이 아닌 그저 서로를 바라 보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하혈과 오렌지색 요가매트를 사이에 두고 줄타기를 하며

누군가는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렸다.


여러 미술관을 돌고 또 돌아 매일 11시 38분,

여유와 집착이 만난다.

밝은 노랑의 여유. 짧은 검정의 집착.

아무계획 안 했어, 그래? 아 알았어.

웃음이 터진다.


어수선한 두색이 어수선하게 중얼대다

어수선하게 헤어지는 중이었다.

참 어수선한 키스를 하고 어수선하게 손끝을 만지다가 어수선하게 걸어가고

어수선하게 걸어가는 다른색을 어수선하게 바라보는 다른색이 어수선하게 고개를 돌린다.

어수선한 거리에서 어수선한 노트에 어수선을 적고는 어수선한 하늘을 어수선하게 바라본다.

어수선하다 어수선하다 어수선, 어수선.


어수선한 미술관에 어수선하게 기어 들어가 어수선하지 않은 그림을 어수선하게 바라보고

어수선하게 기어나와 어수선하게 야채죽을 갈고 어수선하게 냄비밥을 하고

퐁당빠져 어수선하게 수영을 하고 바닥이 보이네 그래 하며 어수선하게 옷을 입고

하나는 어수선하게 일을 하러 가고 하나는 어수선하게 손가락을 놀린다.

그래 어수선하다. 우리 어수선하다. 그래 맞다. 

지금 우리는 어수선한 세계다.



비가 오고, 해가 지고, 강이 바닥을 보일때쯤 

그들 중 한명이 떠날때가 왔다.

이세상 사람이 아닌데 이세상 사람처럼 집세를 내고 있다.

니가 와이파이 였으면 좋겠어와 번개의 여신의

지하철역 앞 마지막 포옹.

그들이 또다른 누군가와 우리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있던거 아닐까.

뒤를 돌아보지않을꺼야 라며 깊은 그곳으로 들어가는 밝은 노랑을 바라보며

짧은 검정은 무슨생각을 했을까.


커다란 고동을 매고 짧은 검정이 걸어간다.

어느 방인지 물어보며 외친 그 헬로우라는 첫 단어처럼

그들은 걸어간다.


건강 조심하고. 몸 조심하고.

그래 맞다 세상은 참 어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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