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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쓰러진 화분 아테네 /Ryuichi Sakamoto

ㅡ 아 오늘은 힘든 날이었다.

아직 오후 네시니까, 힘든 날이었다라는 과거형으로 쓰면 안되는 걸까? 그래도 그렇게 쓰고싶다. 오늘이 어서 과거가 되었음 좋겠으니까. 이런 마음이 드는게 오늘에게 미안할 일인가? 그래서 오늘이 내게 이렇게 고난과 시련을 주는 것인가? 이유는 모르겠다. 도대체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어떻게 그려야할지 무언가 점점 더 명확해지는 시간이 지나고 있고, 밝은 해가 떴으며, 약간씩 들리는 작은 음악소리는 이 무거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외투를 벗고싶다.

소백산맥과 오대산 하늘만지기 달의 변화 그런것을 그리고 생각하며 보낸 연휴였다. 노동절 이곳의 노동절은 오월 일일이었으며, 월요일이었다. 그래서 더욱 멋지다고 말을 할 수 있기도 했지만 우리는 혼자서 보내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미안하다면 거짓말일까? 몇시간전 N과 통화를 했다. 엔은 늘 그렇듯 밝았고, 에너지 넘쳤다. 통화를 하며 그런 그녀가 부럽다가 다시금 그래 우리는 우리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피카소 책이 도착했다. 피카소라...역시 알짜배기 책이었다. 뒤셀도르프에서 했던 전시의 책이었는데, 시기가 맞지않아 보지못한 전시의 도록이었다. 코로나 직전이었고, 이 전시 이후에 세상은 많이 변했다. 여전히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어떤 건물을 철거할때 펑 하고 슬로우 모션처럼 건물이 쏟아내리는 영상을 본적이있는데, 지금이 그런 기분과 모습이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더욱 긴 슬로우 모션이라는점. 아주 느리고 느려서 달팽이도 빠르다고 느껴질 정도의 슬로우 모션. 나무늘보도 토끼로 만들어 버리는 슬로우 모션. 세상은 슬로우 모션이다. 웃긴건 운동을 하면서 몸이 좋아지는걸 스스로 느낀다는 점이다. 몸이 좋아지는것도 슬로우 모션이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도, 동시에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도, 모든게 슬로우 모션이다. 사실 우리는 더 무너지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자유로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만은 안다.

 가슴을 피는 건 너무나 중요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색들로, 요리조리 색으로 장난치듯이 아닌, 단지 진실로 진실로만 그리겠다. 

그동안 여행을 많이도 다녔다. 오후에도 셋째주에도, 늘 그렇듯 여행을 다녔다. 

그여행은 길고도 짧은 여행들이었다. 

시간이 지나 이곳의 시간을 다시금 되돌아 본다면 뭐라고 기억하게될까. 오월 삼일 발톱을 잘못 잘라 고통스러웠던날, 엔이 대학병원에 갔던날, 가슴을 피기로 마음먹은 날, 피카소 책이 도착한 날, 떡국을 스파게티면과 함께 먹은날, 약간은 슬펐던 날, 라스 폰 트리에 인터뷰를 봤던 날, 곧 제이와 저녁을 먹은날, 발톱이 나아지길 바란날, 그래 지금 기분으론 발톱만 나아지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생각보다 섬세한 사람이라서 늘 이렇게 힘들고 쉽지 않은것같아.

어쩔수 없지뭐, 

더 무너지러 가야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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