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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긁어내기 _욘욘슨




- 마음 긁기 살살긁어낸다. 나는 마음을 긁어내는 사람인가 사람을 긁어내는 마음인가.


- 이상하게 얼마전부터 송곳니 표면에 검은줄이 생겼다. 꺼림칙하게 보고있다. 이가 하나하나 큰편이라 웃을때마다.. 음식물이라 보는사람이많다.

치과에 갈까하다가 반신반의 그냥 바늘로 표면을 긁었는데 이건뭐 긁어지는거 아닌가. 그것도 아주 잘. 

마치 이건 외할머니가 등을 긁어주는 기분이었다. 긁으면서 묘한 성취감을 느끼고 동시에 이는 묘한 쾌감을 느끼고있었다.

계속 혓바닥으로 요래요래조래 긁은 표면을 만져보고있는데 시린거같기도하면서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어쨋든 치과는 가야겠지만 스스로 치과의사가 된듯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 이렇다할것없이 시간을 보낸거같은기분이 드는 하루다. 분명 무얼했을까 무얼했을까 되돌아본다.

아 맞다 난 오늘 긁어내는 하루를 보냈구나. 아침부터 일어나 발등을 긁었다. 머리를 긁었고. 어쩌면 이불도 긁었을지모른다. 항상두텁고 묵직한게

답답해보였다. 이불의 모습이. 아침안개를 긁으며 걸었고 그사이숨어있는 햇살을 긁으며 앉기도했다. 심지어 계단을 발로 긁으며 오르고 신발을 긁으며 벗었다.

자전거 기름때를 긁어주고 손잡이 나뭇잎도 긁어주고. 종이위를 색연필로 긁어주고 가끔은 펜가져다 강으로 긁어주고, 결국 이도 긁게된것이다.


- 하루종이 외할머니처럼 보냈구나. 뿌듯하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긁는건 외할머니만의 임무이자 특권이다. 

조금씩 긁기를 연습해서 그녀처럼 세상을 긁을수있을까. 긁고싶다.긁고싶다.

나머지시간도 긁으며 보내겠지. 오늘은 긁어내는 하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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