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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다시 시작할게요 _Erik satie



겁부터나기 시작했다.


그것에게 연락이 온지 여덟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짧고 더 길게 흘러갔다. 잠시 눈물이 날뻔했지만 그래 참자며 그렇게 장을 보러갔고, 그 네자리 숫자가 바뀔때보다는 담담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저녁이 되니.


선에게 하려던 연락을 점에게 보낸건 어제 열시쯤이었을까. 그때 왜 뭐 그냥 침대에서 있는데 갑자기 메일이왔고, 그 메일은 폰으로 자동 동기화가 되었고, 폰에서 손으로 타고온 여러가지 선들이 점에게 연락을 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삼십분쯤 지났을까, 그래 시원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다시 다른 책을 들었지.


왜 아침 여덟시에 보낸걸까. 분명 일을 하기 시작했을때고, 하루종일 곱씹은 것일까. 항상 느끼던 그 '좋은' 거리감이라는것은 왜 우리에게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 그저 흘러가듯 감정만 보낸걸까. 니 왜그런건데.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하나의 웅덩이가 생겼다. 힘들게 봄이 올때까지 다져 다져놓았더니 봄비에 젖은 틈을 타서 그새 또 웅덩이를 만들었다. 민들레나 노란 수선화 같은것들이 그래도 한번은 폈으면 했는데, 해는 뜨겁고 겨울이 왔다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며 이 안전바가 풀어지고 몸이 이 속도로 날아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또 생각을 한다. 그래도 왠만하면 아주 넓은 부채꼴 포물선을 그리며 숲으로 떨어지고 싶다고. 괜히 어디 아이스크림집 앞이나 회전목마 같은데로 떨어져서 트라우마 새기지말고, 아 저건 뭘까 외계인일까 꿈일까 하늘에서 슝하고 다시 숲으로 가고 싶다고. 절대 떨어지면 안되지라는 생각은 하지않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 아아


분명 세상을 다르게 한번 보고싶었고, 일년이 지나고 나니 이건 생각보다 효과적이라서 놀랍다. 일년전 오늘은 천장이 낮은 방에 앉아 콜라주를 하고있었다. 이년전 오늘은 버스에 앉아있었다. 삼년전 오늘은 블라인드 뒤 하늘을 보며 그 쇼파에 누워있었다. 그 쇼파의 천과 나무, 공간, 창, 벽지, 바람이 새어 들어오던 창, 그 앞에 걸린 그림. 그앞에 놓인 탁자. 바닥에 앉는 우리. 주워온 나무가 귀신처럼 무섭다며 치워달라던 윗집 아저씨.


그 모든건 그저 상상이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 사라지기 위하여 살아가고있다. 결국 우리과 관련되어 누군가에게 기억된 추억도 그 누군가와 함께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땅은 뭘까. 지구도 태어나고 사라진다는데, 그렇다면 이모든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것일까. 


웅덩이 너 때문이다. 왜 나한테 찾아와서 이 먼곳까지 찾아와서 웃고 걷고 긁어냈던건데. 도대체 그 이유가 뭔데 어차피 이럴거면서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내일은 자전거를 타야한다. 

언젠간, 언젠가는라는 말은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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