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노트

오늘의 날씨를 아무도 모른다 _Lusta bitek

애도가 2014. 8. 14. 17:26



고속도로는 한창 공사중이었다.

속으로는 왜 낮에 공사를 하는걸까 겉으로는 달라이라마인척을 했다.

한시간쯤 더걸렸을까 트렁크를 꺼낼수있었고, 바로 편의점 생일택배를 보내러 들어갔다.

우리는 대박이라는 단어가 대부분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회색보다 초록이 많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파란 티셔츠를 입은 구십킬로그랩짜리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눈을 비비고있었고

시간은 일곱시 삼십분이었다. 물론 오후였다.


여러가지를 먹다가 하루가 지났다.

모두 토해낸 캐리어는 큰방 구석에 서있다.

방금 청송 꿀사과 박스에 필요한걸 담았다, 

이제 10시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친구들을 만날 차례다.

동생이 꾸역꾸역 데려온 반가운 아이들.

하나, 둘 셋, 여러가지들. 

기억에 남는건 hannes 오이스터 카드 Linie  Leopold

아 이런게 있네, 아 반갑다이건 이런 감탄사를 내뱉다가

레이나소피아에서 찾아온 엽서를 보고놀랐다.


그건 피카소의 작품이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이럴수가.

어떻게 그많은 피카소의 작품중 이걸 선택했을수가있지?

유명한 작품도 아니었고 화려한 작품도 아니었고 나좀 잘났어 하며 

뭔가 있어보이게만 만든 작품도 아니었다.


그냥 작은 조각품인 이걸, 진짜, 어떻,게 뭐지, 진짜.


그뒤에 숨겨진 한장은 더욱 놀라웠다. 후안그리스라니!

말그대로 작품을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엽서를 사왔다고 했다.

이건 유명한것도 아니었고 후안그리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은가?

그것도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더 웃긴건 피카소와 후안그리스의 많은 작품중 묘하게 비슷한 회색 분위기를 풍기는 

둘을 선택해서 사왔다는것.

그는 자기만의 '취향'을 엽서로 말하고있었다.


그는 3대 미술관 순회를 하였고, 내 성황에 못이겨

유명한 미술관이란 미술관은 싸그리 돌아다녔다. (내심 보쉬나 브뤼헬을 기대했지만.) 

그가 레이나 소피아에서만 사온이유,는 뭘까?라는 의문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의 취향의 근원은 어디일까.


사흘전, 

쪼그려 앉아 갈색을 잘쓰는 뭉크의 그림을 보다가

죄송하지만 서서 감상해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왜 안되는거죠라고 따지고싶었지만 진상이 되고싶진않았고

네 죄송합니다.라며 두시간반을 서서 돌아다녔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오디로 가이드 표시 앞에만 모여있는 사람들을

풍경으로 보여주었다. 뭉크의 스트로크보다 더 슬픈 그런 풍경.


만약 그가 한국의 미술관들을 다녔다면 어땠을까.

나와 다른 그만의 회색취향을 자신있게 말할수 있었을까?

수많은 군상들처럼 그냥 누군가의 음성을 따라 가기만 했을까?

그는 미술관에서 편하게 퍼질러 앉았다 말했다.

오랜만에 누군가가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의도와는 다른 부러움이라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에게 '취향'이 생겼다니,


아맞다.

그리고 회색 가방을 맨 그녀가 스타벅스에서 제일 많이 사용한 단어는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