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렌다는 말부터 할께 _MØ
ㅡ '우리'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게 몇달이 되었지.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피하고 있다고 느꼈고, 나는 결코 거부하지 않았어.
그건 확실해. 확신이 그리 쉬운일이 아닌건 너도 잘 알거야.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제비뽑기를 할게.
54번 오늘은 너로 정했다. 포켓볼을 던질거니까 잠깐만 조심좀.
컴퓨터를 키고 C드라이브가 아닌 D드라이브에 들어간다.
그건 추억으로 향하는 길과 같은데
컴퓨터가 포맷되어도 지워질수없는 이야기를 넣어두었다. 뭐 굳이 비교하자면
어릴때부터 모아놓은 보석상자 같은거겠지. 요즘엔 소중한 보석상자는 디드라이브로 바꼈다.
어쨌든 나는 감성에 젖기위한 준비를 끝냈다.
사진 폴더, 영화 폴더, 음악, 기타 이렇게 네개의 폴더가 있네.
가장 쉬운 방법은 사진을 보는것이다. 쉽고 간단하고. 컴퓨터에 미리보기 기능도 있지 않은가?
굳이 클릭할 필요도 없다. 아이콘 크기를 적당히 키워 스크롤을 굴리고
어 저건 오 맞다 맞다 하하하 그러다 마음에 드는걸 더블클릭하고 크게보다가
그다음부터는 오른쪽으로 넘기는 버튼을 클릭하며 낮은곳으로 향하면 된다.
참으로 간단하네.
그러나 나는 오늘 모내기된 바닥을 긁고 싶은게 아니다.
저깊은 우물, 지하수가 콸콸 나오거나 아이슬란드의 용천수를 맞고
말그대로 허덕이고 싶은거다. 어쩌면 철퍼덕까지도.
그럴땐 음악, 음악괜찮지.
그래 음악을 들어가자. 더블클릭. 그리고 등장한 여섯개의 폴더.
POP(팝은 영어로 그것도 대문자로 POP라고 적어야할것같았다. 예전에 설정한거니까 이해를 바랄께)
가요, 조용한, OST (두개는비밀) 폴더가 있네.
음, OST를 더블클릭한 이유는 없다. 그냥 뭐 아무 생각없는 더블클릭이 있지않은가?
그냥 그런 더블클릭이었다.
나는 마주한다.
가장힘든 선택의 기로.
알렉시머독? 아멜리에? 슬럼독 밀리어네어?
문라이즈킹덤? 아니다 타란티노?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오고
나는 이걸바랬던게 아니다. 나는 고민하고싶지 않았다. 이건 내가 매일하던건데
그냥 나는 빠지고싶었다. 생각하고싶지도 않았고 그냥 구석에 쳐박'히'고싶었는데
그런 경험은 어딜가야할수있지?
주온의 우물이라도 찾아서 티비속으로 들어가야하나?
몇번의 아무의미없는 더블클릭이있었고,
나는 지금 C드라이브 프로그램파일에 깔려있는 크롬브라우저 관심이라는 폴더에 북마크된
'애도중입니다'라는 블로그에 들어와서 나무노트에 잡초를 심는중이다.
잡초를 잘 자라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몇개의 아이콘과 몇번의 더블클릭 거기에 몇번을 의미없는 키보드 소리만 더하면 된다.
그래도 어쩔수없다.
다시 또 '컴퓨터' 더블클릭하고 'D드라이브'로 들어가고 딸깍딸깍 당김음을 탄다.
나는 간단한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가보지뭐. 미련한 자기위안.
아! 오늘도 잡초는 숲이 되었다.
우리가 늘상 감탄하던 바람에 숲이 흔들리는 풍경따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