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노트

나무를 멀리한 남자_ jun miyake

애도가 2015. 8. 23. 21:58


한웅큼 중얼대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지난 한두달은 정말 끔찍할정도로 괴로웠고 슬펐고 숨고싶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어찌할수없는 범주의 사건들이 벌어졌고 뫼르소가 말하는 햇살속에서 그냥 부서지고싶다는 말도 안되는 희망한가닥으로 꾸역꾸역 살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밥을 먹었고 꾸역꾸역 생각했으며 끄집어 내기보단 담아내기 바빴고 동시에 담겨있던것들은 더 꾹꾹 눌러 담기바빴다. 포화는 아니였고 우리는 그냥 괴로웠다. 괴로움은 신기한 감정이다. 괴로울수있는건 우리의 특권인데 그건 아프다와 다르기때문이다. 우리는 사고할수있기에 괴롭다. 사유는 우리의 가장 큰 적이었다. 누군가는 가장 큰 장점이라 말하겠지만 우리는 알고있었다. 사유는 어찌할수없는 정말 커, 다란 적이었다.


괴로움이 익숙해질 무렵 권태가 잠시 들렀고, 다시 새로운 차원의 괴로움을 만난 후 짜증이 들이닥쳤다. 에라이 라는 단어와 함께 늘 그렇듯 모든건 산산히 부서져나갔고, 우리는 우리를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기로 마음 먹었다. 투명해지고싶은 그런 감정. 스스로가 작은 존재라는걸 인식하는 순간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드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러가야겠다 중얼대다가 도착했다. 무거운 가방을 세개 들고있었고, 더 무거운 네개의 만남이 있었다. 


러시아에서 온 그는 기차로 6시간정도라서 정말 가깝지라고 말했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관념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깨단고 빵사이에 누웠다. 샌드위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을 먹는다는 단어를 자주쓴다는걸 깨닫고 마음을 뱉었다. 마음에 진득하게 묻은 침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산화시켰다. 마음이 우리를 쳐다보고있었다. 우리는 빵에 덮여 마음을 볼수없었다. 마음은 계속 우리를 보고있었다. 우리는 무릎이 저려왔고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마음은 어느새 반쯤 녹아있었다. 빵은 혀를 내밀어 마음을 먹었다. 왜 빵은 우리를 먹지않은 것일까.


무릎과 무릎은 서로를 만날때마다 인사 할 타이밍을 놓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무릎을 맞닿고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무릎은 붙었고 우리는 다시 걸을수없다.


찐득한 죽에 살짝 데친 버섯을 넣으니, 외할머니 생각을 했다. 그녀의 무나물이 생각났다. 짭짤하고 뒷맛이 개운한 그 무어라 말할수없는 색의 반찬이 생각났다. 왜 우리는 그것을 잊을수없을까. 프루스트는 마들렌을 한입물고 추억으로 들어가지만 우리는 무나물의 색이 그립다. 그리고 세상어느곳에서도 그 색은 없다. 다시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정말 그 색을 기억하는걸까, 그 색으로 대변되는 기억을 추억하는걸까. 죽은 맛있었다. 너도 맛있다고했고 그녀도 그도 맛있다며 엄지를 입술에 대며 쪽이라는 소리를 내었다. 쪽이라는 소리에 우리는 다시 좌절했다. 그 문화적 출처를 알수없는 쪽이라는 소리가 그 모든 흐름을 뚝하고 끊어버렸다. 아주 가차없이 뚝. 상상을 해보자 넓게 흘러가는 낙동강을 갑자기 뚝 끊었다고. 그속에 숨어있던 재첩의 감정이 얼마나 슬플지. 너와 그와 그녀는 설거지를 하며 흐르는 물소리에 휘파람을 불고있었다. 우리는 재첩보다 못한 존재여서 슬픔은 더욱 깊었고 땅굴을 파서 내핵까지 들어가 녹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모로코 찻잔의 파랑에 투명한 물이 흐르며 석회가루가 묻어나는걸 보고 우리는 견뎌야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러갔다. 여러가지 숫자들중에서 10과 1이라는 숫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누군가는 끝없이 말했다. 

늘 그렇듯 아무도 이유를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고,

다시또 한두달은 시작되었으며,


그렇게 숲은 멀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