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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노트

드디어 오늘이 쉬는날이다 _ Kurt Vonnegut


기분이 이상하다 수술을 해서 그런걸까.


난생처음 그것도 수면마취까지하는 수술을 하며 내발로 혼자 걸어들어가 혼자 걸어나오는 순간.

병원 밖으로 나오는 자동문이 열리며 '여기 젊은 남자 수술마치고 나갑니다,' 젊은 이라는 단어를 매우 강조하는 간호사의 말이 내 귀를 강하게 후려쳤다.

젊은, 젊음 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저 내몸에 몇개의 상처와 거즈가 덮여있었고, 시간도 세시간밖에 지나지않았다.

지하철은 같은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쏟아지는 잠이 지고있는 해처럼 다가올뿐 변한건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9만원의 집세가 오른건 그렇다고 치자. 9만원. 일년이면 100만원이 조금 넘는돈.

9라는 숫자에 얽매이는 누군가가 싫어서 아니라고 부정해보지만 반에 반올림까지해서 10이라고 치자. 그래 그러면 많네.

오늘은 주절거리고 싶다 아주 심각할만큼 주절거려서 결국엔 아무것도 없을때까지 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

창밖 누군가의 테라스에서는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명은 영어권 영어를 구사하고 한명은 독일식 영어를 구사하네

독일인의 엑센트에서 그의 표정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있는데 이런 상상이나 하고있는 나는 뭘까.

모두가 지겹다. 모두를 지겨워하는 모두도 지겹다 결국 이건 모두 수술을 해서 그런걸까? 정말로?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 그것들중 우리가 배운것이라고 말할만한 것이 있기는 한걸까?

배운것. 배움의 정의는 무엇이길래, 돌아가는게 좋을까? 정말로 돌아가는게 맞는걸까 뭘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이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다.

처음 그 날 처음 이땅에 발을 디딘 그날의 기억. 도착을 해서, 차를 타고 가며 지하철 표를 사고 기름을 한번 넣고 두시 세시가 다 되서 결국 그렇게 도착한 그방에서 짐을 정리하며 얇은 이불때문에 괜히 옷을 꾸역꾸역 입고 코트까지 덮고 잔 그날. 우리는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았는데. 


상처를 많이 받은걸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무너져 버린지도 모른다. 무너져버린 누군가는 종이를 접고 그림을 그려야할까 생각을 한다. 십자가와 신도.

신자와 십자가. 산자와 십자가. 감자밥 당근밥. 쌀만 있는 밥. 뭐가 뭔지도 모르는 눈꽃무늬가 뚜겅에 새겨져있는 커다란 파란 통에 우리는 점심을 담는다. 그래 우리는 어쩌면 우리를 너무 많이 보여준지도 모른다. 더 닫고 있어야 하나? 마음이나 뭐 그런것들 하나도 모르는 중인데 그래도 마음닫고있어야한다고 누군가는 말을 하고는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 이제는 마음을 닫고 다시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해야겠다. 십자가와 신도. 그들의 관계는 무엇인가. 뿌려진 그것에서 손가락이 자라는것 그건은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수채화가 그리는 물을 무엇인가. 유화가 그리는 기름은 무엇인가. 손이 그리는 손은 무엇인가. 질문을 낳는 질문은 무엇인가. 끝나지 않는 그 무엇들에 대하여 더 멀리 또 더멀리에서 상처를 받은건가. 상처라는건 고쳐지지않는 무엇일까 아님 그저 그런 무엇을 말하는것일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그래 걱정해봤자 달라질것 없는 것에 휘둘리지 말자.


잊혀지지 않는 것들

간호사의 눈썹위에 있던 피어씽. 

수술직전에 보여주던 김정은 사진.

하얀색 그물 망사 팬티 위 레이스 디테일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뜨던 순간이라고 기억하는 감정.

잠깐씩 마주친 눈빛.

여기 작은 당신 아침이라며 건네준 링거

검은 흑차, 비스킷 몇개.

건너편 침대에서 묻던 질문들 아파요? 아파요? 잠깐 나가계세요.

젊은, 여기 한 젊은이 나갑니다.

거즈 사와줄수있어? 

따뜻하게 안아주던 품, 쳐다보던 눈빛.


거리를 둬야겠다

유월의 마지막날이다

벌써 칠월이네 뜨거운 여름이 되도록


순간들 기억하기

그것을 메모하기 눈감고 상상하기

매일 문장들쓰기.


기분은 더 이상해졌다

really?

미리 약속 정했으면 너를 보살펴주러 갔을거야라는 말을 들었을때

바로 그 때다